안실련 오늘

창립 이래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보도자료/언론보도

[제도개선 뒤따라야 교통안전 나아진다 │3 가해자만 유리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피해자 보호는 '뒷전' … 법 개정 필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안실련 댓글 0건 조회 1,851회 작성일 15-04-15 00:00

본문

[제도개선 뒤따라야 교통안전 나아진다 │3 가해자만 유리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피해자 보호는 '뒷전' … 법 개정 필요
보행자 사상사고에 공소권 주거나 어린이·노인사고는 특례 제외해야
2015-04-13 10:19:12 게재

#지난 6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 한 대형 상가건물 주변. 일주일 전 운행 중이던 어린이 통학차량에서 떨어져 숨진 양 모(6)양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주민들의 손으로 차려졌다. 당시 차량을 운전한 태권도장 원장 김 모(37)씨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함께 진행됐다.

양 양은 사고 당일 오후 5시 45분경 통학차량인 승합차 문이 갑자기 열려 도로 위로 떨어진 뒤 의식을 잃었다. 하지만 차량을 운전하는 원장 김 씨는 양 양을 바로 병원에 옮기지 않고 학원에 먼저 들러 차에 남은 학생들을 내려준 뒤 119에 신고했다. 이 바람에 응급차량에 양 양을 인계하기까지 26분이나 걸렸다.

경찰은 지난 2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승객추락방지 위반 혐의로 원장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고 피의자가 피해자와의 합의를 원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기각했다.

교통사고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명분으로 생겨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하 교특법)이 되레 교통사고 가해자만 보호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양 양의 사례는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원인이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특례조항에 해당하지 않아 경찰 수사까지 진행된 경우다.

보험업계 통계로는 연간 교통사고 피해자가 152만명(2013년 기준)에 달한다. 이중 118만5000여명 정도가 병원 입원이나 치료를 받는다. 대부분 경상환자들이지만, 중상사고도 적지 않다.

보통 교통사고가 나면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용이나 손해배상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합의 여부에 상관없이 우선 보험사나 공제조합이 지급한다. 보험금 지급으로 민사 부문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합의 혹은 보험가입돼 있으면 처벌 면제 = 이렇게 되면 형사처벌 문제가 남는데, 이 때 가해자에게는 교특법이라는 '마법의 지팡이'가 등장한다.

현행 교특법 상으로는 자동차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다른 사람의 건조물이나 그 밖의 재물을 부서지게 한 경우라도 △사망사고나 뺑소니 △11대 중과실 사고 △음주측정 거부가 아니면 아무런 처벌 없이 지나간다. 3대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한 교통사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만 하면 검찰은 가해자인 운전자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교통사고를 일으킨 자동차가 피해자의 치료비 전부와 손해배상금 모두를 보상하는 종합보험이나 공제에 가입돼 있어도 자동차 운전자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장치도 마련돼 있다. 자동차 운전자가 사고로 타인에게 인적·물적 피해를 입히더라도 보험·공제에만 가입돼 있으면 형사처벌을 면제받는 것이다.

형법(제268조)은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도로교통법(제151조)은 차의 운전자가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다른 사람의 건조물이나 그 밖의 재물을 부서지게 한 때에 2년 이하의 금고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특법은 이 모두를 피해갈 수 있는 특례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와의 합의, 종합보험 가입이 그 지렛대다.

이 때문에 교특법은 "교통사고 피해자 보호보다는 가해자를 위한 천국을 만드는 법"이란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교특법이 처음 제정된 건 33년 전인 1982년이다. 교통량이 급증하고 있어 정상적인 운전으로도 교통사고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도 처벌을 하게 되면 수많은 운전자를 전과자로 만들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보행자 중심 교통문화 뿌리내려야 = 그 뒤 네 차례의 법 개정을 거쳐 처벌면제 범위를 일부 좁혔지만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교특법의 존재는 운전자의 도덕적 불감증을 불러 교통사고를 빈발시키는 제도적 요인이 되고 있다.

자동차 1만대 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4명으로 영국(0.5명) 미국(1.3명) 일본(0.7명) 독일(0.7명) 등 OECD 평균(1.1명)의 두 배를 웃도는 후진적인 교통안전 문화를 온존시키는 배경이 된다는 지적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교특법의 보험가입특례조항을 폐지하는 방향의 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2009년 당시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 등이 이런 내용을 담은 교특법 개정안을 마련해 연구용역을 거쳐 이듬해 4~8월 국회, 정부, 시민단체 등이 모여 개정 추진을 협의했지만 사회적 반발 등에 대한 우려로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교특법 체제 아래에선 인명경시 풍조가 자리를 잡아 피해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나 합의를 외면하는 등 운전자의 도덕불감증만 키울 수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이윤호 실장은 "자동차 운전자가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다치게 하는 모든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공소권 제기가 가능하도록 법을 바꿔야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면서 "이게 어려우면 최소한 어린이·노인·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사상케 하는 경우 무조건 처벌할 수 있도록 특례 제외조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일신문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4건 23 페이지
게시물 검색